2026년 8월 8일에 씀
세부 어학연수를 알아보면 학원마다 4주에 얼마, 8주에 얼마 하는 금액이 먼저 나옵니다. 그런데 다녀온 사람들에게 실제로 얼마 썼냐고 물으면 그 금액의 두 배에 가까운 답이 돌아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견적서에 적히는 항목과 실제로 나가는 항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필리핀 어학연수는 다른 나라와 비용 구조가 다릅니다. 한국에서 미리 내는 돈과 현지에 도착해서 따로 내는 돈이 나뉘어 있습니다. 이 구조를 모르고 가면 도착한 첫 주에 예상 못 한 지출이 몰립니다.
견적서에 적히는 것은 대체로 여기까지입니다
학원이 보내 주는 견적서는 보통 아래 세 가지를 묶은 금액입니다. 이것을 흔히 '연수비'라고 부릅니다.
- 수업료 — 하루에 1:1 몇 개, 그룹 몇 개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 숙소비 — 1인실·2인실·3인실 등 방 형태로 갈립니다
- 식비 — 대부분 하루 세 끼가 포함됩니다
여기까지가 한국에서 미리 송금하는 금액입니다.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도착해서 현지 사무실에 따로 내는 항목이 줄줄이 있고, 이것이 견적서에 안 적혀 있거나 작은 글씨로 '현지 납부'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현지에서 따로 내는 돈이 따로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공부하려면 관청에 내는 허가 비용이 있습니다. 학원이 대행해 주지만 돈은 학생이 냅니다. 아래는 기간과 상관없이 거의 모두가 내게 되는 항목입니다.
| 항목 | 무엇인가 | 언제 내나 |
|---|---|---|
| SSP | 특별 수학 허가. 관광 비자로 들어와 공부하려면 필요합니다 | 도착 첫 주 |
| ACR I-Card | 외국인 등록증. 체류가 일정 기간을 넘으면 발급받습니다 | 도착 후 |
| 비자 연장비 | 관광 비자 체류 기간을 늘릴 때마다 냅니다 | 기간에 따라 반복 |
| 교재비 | 반이 바뀌면 교재도 바뀌어 중간에 또 삽니다 | 입학 시·반 변경 시 |
| 기숙사 보증금 | 퇴소할 때 시설 파손이 없으면 돌려받습니다 | 입학 시 |
| 전기·수도 사용료 | 방마다 계량해 실제 쓴 만큼 냅니다 | 매주 또는 퇴소 시 |
| 관리비·청소비 | 학원마다 이름이 다릅니다 | 입학 시 또는 매월 |
이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것이 전기 사용료입니다. 세부는 덥습니다. 에어컨을 끄고 자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필리핀 어학원 상당수가 전기를 방별로 계량해 따로 받습니다. 한국식으로 '기숙사비에 다 포함이겠지' 하고 넘어가면 퇴소할 때 한 번에 청구서를 받습니다.
비자 연장비도 기간이 길수록 반복해서 나갑니다. 4주만 있다 오는 경우와 12주를 있는 경우는 이 항목에서만 차이가 꽤 벌어집니다. 견적을 받을 때 '제가 있을 기간 동안 연장을 몇 번 하게 되고 총 얼마냐'고 물어야 정확한 숫자가 나옵니다.
총액을 만드는 항목을 다 펼치면 이렇습니다
금액은 학원·환율·시기에 따라 크게 움직이므로 여기서는 적지 않습니다. 대신 빠짐없이 세는 것이 목적입니다. 견적을 받으면 이 표를 놓고 하나씩 채워 보십시오. 빈칸이 남으면 그게 나중에 튀어나올 돈입니다.
| 구분 | 항목 | 확인할 것 |
|---|---|---|
| 출국 전 | 왕복 항공권 | 성수기·직항 여부로 크게 달라집니다 |
| 출국 전 | 여행자·유학생 보험 | 체류 기간 전체를 덮는지 |
| 출국 전 | 연수비(수업·숙소·식비) | 몇 주치인지, 환율 기준일이 언제인지 |
| 도착 직후 | SSP·ACR I-Card | 학원이 대행하지만 비용은 별도입니다 |
| 도착 직후 | 기숙사 보증금 | 돌려받는 돈인지 아닌지 |
| 도착 직후 | 교재비 | 반이 바뀌면 또 드는지 |
| 체류 중 | 비자 연장비 | 몇 번 하게 되는지 |
| 체류 중 | 전기·수도 | 포함인지 실사용 정산인지 |
| 체류 중 | 주말 외출·식사 | 주말 식사가 제공되는지 |
| 체류 중 | 세탁·생필품 | 학원 제공 횟수 제한이 있는지 |
| 귀국 | 초과 수하물 | 교재를 다 들고 오면 걸립니다 |
표에서 눈여겨볼 것은 주말 식사입니다. 하루 세 끼 제공이라고 적혀 있어도 주말은 빼는 학원이 있습니다. 12주면 주말이 24일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무시 못 할 금액이 됩니다.
방 형태가 총액을 가장 크게 바꿉니다
줄일 수 있는 항목 중에 폭이 가장 큰 것이 숙소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끼면 다른 것을 잃습니다.
| 방 형태 | 비용 | 얻는 것 | 잃는 것 |
|---|---|---|---|
| 1인실 | 가장 비쌉니다 | 혼자 공부할 시간과 수면 | 한 달 비용이 크게 올라갑니다 |
| 2인실 | 중간 | 적당한 절충 | 룸메이트 국적에 따라 갈립니다 |
| 3~4인실 | 가장 쌉니다 | 비용을 크게 아낍니다 | 한국인끼리 배정되면 한국어 환경이 됩니다 |
다인실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비용을 아끼려고 다인실을 골랐는데 한국 학생끼리 배정되면, 아낀 돈보다 잃는 것이 큽니다. 하루에 영어로 말한 시간을 늘리러 가는 것인데 저녁과 주말이 전부 한국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인실을 고를 생각이라면 등록 전에 국적 배정 기준을 물어보십시오. '룸메이트 국적을 섞어 주느냐', '요청하면 조정이 되느냐'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성수기를 피하면 같은 돈으로 더 삽니다
한국 방학과 겹치는 시기는 두 가지가 동시에 오릅니다. 항공권 값이 오르고, 학원의 한국 학생 비율이 오릅니다. 돈은 더 내고 환경은 나빠지는 구간입니다.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면 방학 성수기를 한두 주만 비껴도 차이가 납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는 경우처럼 시기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이면 특히 그렇습니다.
견적을 받을 때 이렇게 물어야 답이 나옵니다
'총 얼마예요'라고 물으면 연수비만 답해 줍니다. 질문을 좁혀야 합니다.
- 제가 OO주 있을 때, 현지에서 따로 내야 하는 항목을 전부 적어 주실 수 있나요
- 전기·수도는 포함인가요, 아니면 쓴 만큼 따로 정산인가요
- 주말에도 식사가 나오나요
- 비자 연장은 제 기간 동안 몇 번이고 회당 얼마인가요
- 교재비는 처음 한 번인가요, 반이 바뀌면 또 드나요
- 이 견적의 환율 기준일이 언제인가요
- 보증금은 얼마고 어떤 경우에 못 돌려받나요
마지막 항목인 환율 기준일을 묻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송금 시점과 견적 시점 사이에 환율이 움직이면 실제 내는 원화가 달라집니다. 기간이 긴 연수일수록 이 차이가 커집니다.
돈을 줄여야 한다면 순서가 있습니다
예산이 빠듯하면 어디를 줄일지 정해야 합니다. 줄여도 되는 것과 줄이면 목적을 잃는 것이 있습니다.
| 줄이는 대상 | 판단 |
|---|---|
| 기간 | 먼저 검토할 항목입니다. 다만 3개월 미만이면 적응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 항공권 시기 | 성수기를 피하는 것만으로 꽤 줄어듭니다 |
| 방 형태 | 가능하지만 한국인 배정 위험을 같이 봐야 합니다 |
| 1:1 수업 수 | 권하지 않습니다. 필리핀에서 사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
| 보험 | 줄이지 마십시오. 현지 의료비가 훨씬 큽니다 |
1:1 수업 수를 줄여서 비용을 맞추는 선택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을 고른 이유가 발화 시간을 사기 위해서라면, 그것을 줄이는 순간 같은 돈으로 다른 나라에 가는 편이 나은 조건이 되어 버립니다. 줄여야 한다면 수업이 아니라 기간을 줄이는 쪽이 논리에 맞습니다.
가기 전에 지금 수준을 알아야 기간이 정해집니다
몇 주를 갈지는 지금 수준에서 계산해야 나옵니다. 위치를 모르고 기간부터 정하면 짧아서 아쉽거나 길어서 돈이 새는 쪽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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